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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겪은 이주여성들 “자립의 꿈 일궈요”

상담전용 051-205-8296 2017. 12. 8. 11:23
지난 14일 대전이주여성쉼터에 마련된 ‘누룽지 사업장’에서 이주여성들이 커피와 복분자 등 다양한 맛의 누룽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이주여성쉼터에 마련된 ‘누룽지 사업장’에서 이주여성들이 커피와 복분자 등 다양한 맛의 누룽지를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ㄱ씨(28)는 6년 전 스무 살 가까이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왔다. 낯선 나라에서 남편에게 의지해 살며 아들을 낳았지만 꿈에 그리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손찌검을 했다. 계속된 폭력에 견디다 못한 ㄱ씨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올해 초부터 대전이주여성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쉼터에서 보호를 받으며 가정폭력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여전히 막막하다. 쉼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2년뿐이다. 1년 뒤에는 쉼터를 나가야 하지만 생계의 문제로 두려움이 앞선다. 

 

지난 14일 대전이주여성쉼터에서 만난 ㄱ씨는 쉼터 지하에 마련된 ‘누룽지 제조 사업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누룽지 생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최근 대전이주여성쉼터에 문을 연 누룽지 사업장은 ㄱ씨처럼 신체적·정서적 학대 등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주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동 작업장이다.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거나 최근 퇴소한 이주여성 7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아픔을 겪은 여성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운 희망을 일구고 있다. 이들이 만든 누룽지는 ‘다맛’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다문화여성들이 다양한 맛의 누룽지를 만든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 사업장 안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누룽지를 만들고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ㄱ씨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힘들지만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며 “쉼터를 나가기 전까지 아이와 살 수 있는 작은 방이라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정 대전이주여성쉼터 소장은 “이주여성들은 언어적인 문제로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취업을 하기란 더더욱 어렵다”며 “폭력피해 여성들 역시 심리적 치료 못지않게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네일아트 같은 기술 교육도 시도해봤지만 역시 언어 문제로 자격증 취득이나 취업이 쉽지 않았다”며 “신변 보호 때문에 외부로 나가기 힘든 쉼터 여성들이 별다른 기술 없이도 안에서 함께 일할 수 있고, 최근 아침식사 대용으로 시장성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에 누룽지 사업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이주여성쉼터 누룽지 사업장은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대학·금융기관 등에서 생산기계를 후원해 만들어졌다. 커피와 복분자, 아로니아 등 다양한 맛의 누룽지 생산과 판매가 이뤄진다. 판매 수익금은 모두 이주여성들의 자립정착금으로 지원된다. 쉼터는 향후 자립하는 여성들이 누룽지 사업으로 소자본 창업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