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 "데이트 폭력, 법원의 관대한 판결에 분노"
제주지방법원이 자신이 좋아하게 된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흉기로 위협하며 사흘간 자신의 아파트에 감금한 40대 남성에 대해 집행유예(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해 석방한 것에 대해 제주지역 여성인권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회, 서귀포여성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좋아하면 감금하고 위협해도 괜찮은가"라며 "감금, 협박 등 데이트 폭력에 대한 제주지방법원 집행유예 판결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저지른 범행이고, 피고인의 건강이 나쁜 점 등을 참고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판시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마음과 건강은 고려하면서 3일 동안 감금되어 살해 협박을 받은 피해자의 공포와 상처는 왜 고려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이 단순한 사랑싸움일 뿐이라 생각하는 그릇된 인식이 남아있다"면서 "하지만 데이트폭력은 더 이상 당사자 간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이며 폭행이나 보복 등은 연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정상 참작이나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여성에 대한 폭력범죄에 있어 재판부는 가해자가 ‘초범이어서, 반성하고 있어서, 건강이 좋지 못해서 등등...’의 이유에 앞서 피해자가 겪은 ‘고통과 상처’를 우선 생각하여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국민의 법정서와 멀어지는 판결은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